광화문 근처를 걷다가 알록달록한 2층 버스가 눈앞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위로는 사람들이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아래층 창문 너머로는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바깥 풍경을 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 ‘저 버스를 타면 하루 안에 서울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잘 모를 때, 지하철 환승이 귀찮을 때,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일 때 이런 시티투어 버스가 의외로 편리한 선택이 된다는 것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서울 시티투어 버스란 무엇인가요?
서울 시티투어 버스는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 관광 전용 버스입니다.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여행객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인기 있는 명소들만 골라서 노선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Hop-on, Hop-off”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Hop-on, Hop-off”란, 정해진 코스 안에서 원하는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내렸다가, 다시 다른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루 동안 유효한 티켓을 한 번만 사 두면, 같은 코스 안에서는 여러 번 타고 내릴 수 있어 서울을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좋습니다.
현재 서울시티투어버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버스는 크게 세 가지 코스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각 색깔과 테마가 달라서, 보고 싶은 장소에 따라 골라 타면 됩니다.
도심·고궁·남산 코스 (레드버스)
레드버스는 서울의 중심부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처음 서울을 둘러보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선택되는 노선입니다. 서울의 역사적인 궁궐, 번화한 쇼핑 거리, 남산과 같은 대표적인 랜드마크까지 두루 지나갑니다.
운행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버스는 대략 25~30분 간격으로 도착하도록 편성되어 있습니다. 중간에 내리지 않고 한 바퀴를 그대로 돌면 약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립니다. 다만 실제 소요 시간은 도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발과 도착은 모두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이곳에서 티켓을 사고 바로 탑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정류장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화면세점(광화문)에서 출발해 덕수궁, 남대문시장, N서울타워, 명동, 남산골한옥마을·리라아트고, 국립극장·반얀트리, 하얏트호텔, 신라호텔·장충단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대학로,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조계사, 청와대 인근,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세종문화회관, 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서울시립미술관 등을 차례로 지나 다시 동화면세점으로 돌아옵니다.
이 코스 하나만 잘 활용해도, 궁궐, 전통 골목, 현대적인 쇼핑 거리, 남산 전망 등 서울을 대표하는 여러 분위기를 모두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 코스 (옐로우버스)
옐로우버스는 이름처럼 전통과 문화에 조금 더 집중한 노선입니다. 특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전통시장과 오래된 골목, 젊은 예술과 패션의 거리를 이어 줍니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전통적인 시장 분위기를 함께 경험하고 싶을 때 잘 어울리는 코스입니다.
운행 시간은 대체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이며, 40~50분 간격으로 버스가 옵니다.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한 바퀴를 돌면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출발과 도착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입니다. DDP에서 출발해 을지로·롯데호텔, 인사동·조계사,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 세브란스병원 인근, 홍대입구, 이대입구, 광장시장을 순환한 뒤 다시 DDP로 돌아옵니다.
특히 인사동과 통인시장, 광장시장은 전통 음식, 공예품, 골목 풍경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곳들입니다. 홍대입구와 이대입구 근처에서는 거리 공연, 개성 있는 가게, 카페 등 현대적인 문화와 젊은 분위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야경 코스
야경 코스는 해가 진 뒤, 불빛으로 가득한 서울의 밤을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춘 코스입니다. 다른 코스와 달리 대부분 비정차로 운행되며, 코스 중간에 N서울타워 인근에서 잠시 내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발 시간은 저녁 7시 30분 한 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전 예약이 필요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이며, 역시 도로 사정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해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지나 한강변을 따라 강변북로를 달리고, 성수대교를 거쳐 남산도서관 근처에서 N서울타워 포토타임을 갖습니다. 이후 남산순환로를 따라 내려와 남대문시장을 지나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옵니다.
밤에 다리를 건너며 보는 한강과 도심 빌딩의 불빛,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전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주간 코스에서 사용한 티켓으로는 야경 코스를 이용할 수 없고, 야경 코스용 티켓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이용 요금과 티켓 구입 방법
요금은 주간 코스(레드·옐로우버스)와 야간 코스가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 요금은 운영사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이용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반적으로 안내되는 기본 요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간 코스(레드/옐로우 공통) 성인: 20,000원
- 주간 코스 청소년·어린이(만 6세~고등학생): 15,000원
- 야경 코스 성인: 20,000원
- 야경 코스 청소년·어린이: 15,000원
티켓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버스에 직접 탑승할 때 기사에게 현장 구매
- 온라인 예매를 통해 미리 구매
-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레드버스 출발점)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옐로우버스 출발점) 인근의 현장 매표소 이용
티켓은 보통 구입한 당일에만 유효하며, 같은 코스 안에서는 하루 동안 여러 번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드버스 티켓을 샀다면, 레드버스 노선에서만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습니다.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알차게 이용하는 방법
버스 노선이 잘 만들어져 있어도, 준비 없이 타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하루를 조금 더 알차게 쓰려면 몇 가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코스를 탈지 먼저 정하기
보고 싶은 장소를 먼저 떠올리고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궁궐, 남산, 명동 같은 서울의 대표 명소를 한 번에 둘러보고 싶다면 레드버스가 잘 맞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 젊은 예술 거리까지 함께 보고 싶다면 옐로우버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밤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야경 코스를 별도로 예약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첫차 쪽 시간대 이용하기
오전 이른 시간대 버스는 비교적 한산할 때가 많아, 2층 좌석이나 원하는 자리에서 여유 있게 앉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루를 길게 활용할 수 있어서, 여러 정류장에서 내려 구경하고 다시 타기도 수월합니다.
동선을 미리 그려 보기
모든 정류장을 다 내려서 둘러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략 3~5곳 정도를 “꼭 내릴 장소”로 정해 두고, 나머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감상하는 식으로 계획하면 훨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이동 순서를 정해 두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활용하기
좌석마다 다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준비되어 있는 버스가 많습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도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평소 잘 몰랐던 건물이나 거리의 이야기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이어폰을 챙겨 가면 더욱 편리합니다.
교통 체증과 날씨를 함께 고려하기
서울 도심은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특히 차량이 많은 편입니다. 이럴 때는 버스 간격이 계획보다 길어질 수 있고,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2층 오픈탑 버스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나 선크림, 여름에는 시원한 옷, 겨울에는 따뜻한 겉옷이 꼭 필요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보다 우비나 모자를 준비하는 편이 버스 안에서 더 편합니다.
편한 복장과 사진 준비
버스에서 내리면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계단이 많은 궁궐이나 남산, 언덕길이 있는 골목 등을 생각하면, 편한 운동화와 활동하기 좋은 옷차림이 훨씬 좋습니다. 2층 오픈탑에서는 높은 위치에서 시야가 한 번에 펼쳐지기 때문에, 휴대전화 카메라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을 때의 선택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면, 내려서 둘러볼 정류장은 2~3곳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풍경을 보는 방식으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야경 코스는 창밖으로 흐르는 불빛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됩니다.
운행 요일과 변경 사항 확인하기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일반적으로 월요일에 정기 휴무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안내되고 있지만,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운행 요일, 시간, 요금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발 전에는 반드시 공식 안내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광화문, 남산, 한강, 전통시장, 젊은 거리까지 서로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하나의 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모습 속에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도 새로운 풍경으로 보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