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 때 휴대폰 화면 속 차트가 갑자기 요동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는데 미국 주식 가격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정확히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고, 어디까지가 정규장이고 어디부터가 프리·애프터마켓인지 헷갈려서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 주문이 거절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좌충우돌을 겪고 나서야 “데이마켓”이라는 말이 사람들이 보통 미국 주식의 정규 거래 시간, 그러니까 가장 대표적인 거래 시간대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미국주식 데이마켓”은 공식 용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이 편의상 부르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미국 주식의 정규 거래 시간, 영어로 Regular Trading Hours입니다. 이 시간대를 중심으로 프리마켓, 애프터마켓 같은 확장 거래 시간이 덧붙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훨씬 정리가 잘 됩니다. 아래에서는 미국 주식 시장의 시간 구조, 실제로 거래를 시작하는 방법,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 주식 정규 거래 시간의 기본 개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대표 시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입니다. 두 시장 모두 정규 거래 시간은 미국 동부 시간(ET 기준)으로 같습니다.
정규 거래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 ~ 오후 4시
그런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 시간으로 언제냐 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해마다 서머타임(일광 절약 시간제)을 쓰기 때문에 시차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오전 9시 30분 ~ 오후 4시”라도 한국 시간으로 바뀌면 두 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기간에는 미국 동부 시간이 한국보다 13시간 느립니다. 그래서 정규장은 한국 시간으로
서머타임 적용 시: 오후 10시 30분 ~ 다음날 오전 5시
가 됩니다.
반대로 서머타임이 적용되지 않는 기간에는 시차가 14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이때는
서머타임 미적용 시: 오후 11시 30분 ~ 다음날 오전 6시
가 정규장 시간입니다.
서머타임은 보통 3월 둘째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일요일까지 적용됩니다. 정확한 날짜는 해마다 조금 다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10시 30분 시작, 늦가을~겨울에는 11시 30분 시작”이라고 기억해 두면 큰 혼란은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미국 주식 시장은
토요일, 일요일에는 휴장
미국 연방 공휴일에도 휴장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추수감사절 다음 날(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일부 날에는 정규장이 평소보다 일찍, 예를 들어 오후 1시에 닫히는 조기 폐장일도 있습니다. 이런 특별 일정은 증권사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정규장 밖의 시간들
정규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과 후에도 거래가 가능합니다. 정규장 시작 전에는 프리마켓, 정규장 종료 후에는 애프터마켓이라고 부릅니다. 이 둘을 합쳐 확장 거래 시간이라고 합니다.
프리마켓(Pre-market) 시간
프리마켓은 정규장 시작 전에 열리는 시장입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오전 4시 ~ 오전 9시 30분
입니다.
이를 한국 시간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머타임 적용 시: 오후 5시 ~ 오후 10시 30분
서머타임 미적용 시: 오후 6시 ~ 오후 11시 30분
다만 실제로 모든 종목이 이 전체 시간 동안 활발하게 거래되지는 않습니다. 증권사에 따라 지원하는 프리마켓 시간대가 더 짧을 수도 있고, 인기 있는 대형주에 거래가 몰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애프터마켓(After-hours) 시간
애프터마켓은 정규장이 끝난 뒤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오후 4시 ~ 오후 8시
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보면
서머타임 적용 시: 오전 5시 ~ 오전 9시
서머타임 미적용 시: 오전 6시 ~ 오전 10시
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애프터마켓에서 큰 변동이 있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기업 실적 발표는 정규장 전후(프리마켓·애프터마켓)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때 주가가 크게 움직이기도 합니다.
확장 거래 시간의 특징과 주의할 점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은 “정규장과 똑같이 거래할 수 있는 추가 보너스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꽤 다릅니다.
첫째, 거래량이 적습니다. 사고파는 사람이 적으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 상대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가격이 툭 튀거나 푹 꺼지는 일이 정규장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둘째, 변동성이 큽니다. 거래량이 적다 보니 조금만 큰 주문이 들어와도 가격이 크게 움직입니다. 실적 발표나 중요한 뉴스가 겹치면 몇 분 사이에 수십 퍼센트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호가 스프레드라고 부르는데, 스프레드가 크다는 것은 “지금 바로 거래하려면 불리한 가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넷째, 주문 방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증권사에서 확장 거래 시간에는 시장가 주문을 받지 않거나, 특정 조건부 주문을 제한합니다. 대부분 지정가 주문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증권사가 전체 확장 시간대를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곳은 프리마켓의 일부 시간만, 혹은 애프터마켓을 아예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를 하기 전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증권사에서 어떤 시간과 어떤 주문 유형을 지원하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데이마켓”으로 부르는 정규장, 어떻게 이용할까
일반적으로 미국 주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정규장을 중심으로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량이 많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주문이 체결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시작하는지 순서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비슷한 흐름이 됩니다.
해외 주식 계좌를 준비하는 과정
먼저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계좌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해외 주식 계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통 은행 방문 없이도 비대면으로 앱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면
- 원화로 계좌에 입금한 뒤 증권사 앱·웹에서 달러로 환전하여 거래하거나,
- 주문 시 자동 환전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자동 환전은 편리하지만 환전 수수료나 우대율 같은 부분은 따로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증권사를 직접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 등에 기반을 둔 브로커를 통하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해외 송금, 영어 인터페이스, 세금 신고 방식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늘어납니다.
입금과 환전, 기본 자금 세팅
계좌를 개설했다면 실제로 투자할 자금을 넣어야 합니다. 국내 증권사 계좌라면 보통 은행 계좌에서 원화를 이체한 뒤, 증권사 시스템에서 원화를 미국 달러로 환전합니다.
환전할 때는
-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지,
- 환전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 증권사가 제공하는 환율 우대가 있는지
정도는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이 높을 때 달러를 대량으로 사두면, 나중에 주식에서 수익이 났어도 환율이 떨어지는 바람에 실제 원화 기준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 방식 이해하기
주문을 넣을 때는 단순히 “매수”, “매도” 버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주문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주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장가 주문: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가격으로 바로 사고(또는 팔고) 싶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유동성이 높은 정규장에서는 빠르게 체결되지만, 가격이 급하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게 될 수 있습니다.
- 지정가 주문: “이 가격(또는 그보다 더 좋은 가격)이면 사고(또는 팔고) 싶습니다”라고 조건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00달러에 거래되는 주식을 98달러 이하에만 사고 싶다면, 98달러 매수 지정가 주문을 넣는 식입니다.
- 스탑 주문, 스탑 리밋 주문: 손실을 제한하거나, 특정 가격 이상에서 자동으로 매도·매수를 실행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9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매도해서 손실을 막고 싶다면 스탑 손절 주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확장 거래 시간에는 대부분 지정가 주문만 허용하는 경우가 많고, 시장가 주문을 막아 두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정규장이라도 처음 접할 때는 주문 내용을 잘못 입력해서 예상과 전혀 다른 가격에 체결되지 않도록, 지정가 주문을 활용해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해두는 편이 마음이 더 편안할 수 있습니다.
거래 화면과 정보 활용
실제 거래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HTS(컴퓨터용 트레이딩 프로그램)나 MTS(스마트폰 앱)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에서
- 종목 검색, 차트 확인, 매수·매도 주문,
- 실시간 시세와 호가,
- 관련 뉴스, 공시, 기업 정보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 정보는 증권사 앱 외에도 여러 금융 정보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지만, 거래 자체는 본인이 개설한 계좌가 있는 증권사 플랫폼에서 하게 됩니다.
정규장 거래를 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정규장, 즉 “데이마켓” 시간대에 거래를 한다고 해서 항상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장 참여자가 많고 정보가 비교적 빨리 반영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있으면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보와 기업 분석의 중요성
먼저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다면 그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최근 실적은 어떤지, 앞으로의 계획과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정도는 미리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들어가면, 왜 떨어지는지도 모른 채 손실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 실적 발표 자료, 경영진의 발언, 해당 산업의 흐름 등을 천천히 살펴보는 습관은 단기간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오래 갈수록 도움이 됩니다.
장 시작·마감 전후의 강한 변동성
정규장 시간 안에서도 특히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구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 정규장 시작 직후 약 30분,
- 정규장 마감 전 약 30분
이 그런 구간입니다.
이 시간대에는 밤사이 뉴스, 프리마켓 거래, 기관 투자자의 주문 등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호가가 빠르게 바뀝니다.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익을 노리는 전문 트레이더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장 시작 직후나 마감 직전보다는, 어느 정도 시장이 한 번 정리된 중간 시간대를 중심으로 주문을 넣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패턴 데이 트레이더(PDT) 규칙 이해하기
미국에는 “패턴 데이 트레이더(Pattern Day Trader)” 규칙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정한 것으로, 너무 잦은 단기 매매를 자주 하는 소액 계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 5영업일 동안 당일에 사고 그날 파는 데이 트레이드가 4회 이상 발생하고,
- 해당 계좌의 자산이 25,000달러 미만인 경우
그 계좌는 패턴 데이 트레이더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분류되면 계좌에 25,000달러 이상을 유지하지 않는 한, 일정 기간 데이 트레이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에도, 실제 거래는 미국 시장 규정을 어느 정도 따르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너무 자주 당일 매매를 반복하면 제약이 생길 수 있다”라는 정도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과 신고, 그리고 환율 효과
해외 주식을 거래해서 얻는 이익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국내 주식과는 따로 계산되며, 해외 주식에서 발생한 연간 양도 차익이 250만 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22%(지방세 포함)가 부과됩니다. 세법과 세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투자 금액이 커진다면 최신 기준을 확인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잊기 쉬운 것이 환율입니다. 주식 가격은 달러로 움직이지만, 결국 생활비나 다른 자산과 비교할 때는 원화 기준으로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 올랐는데, 그 기간 동안 환율이 크게 떨어져서 달러 가치가 10% 가까이 낮아졌다면, 원화 기준 수익은 거의 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는 조금 올랐는데 환율이 많이 올라 원화 기준 수익이 예상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 투자를 생각할 때는
- 기업 자체의 가치와 주가 흐름,
- 미국 시장 전체의 분위기,
- 환율의 장기적인 방향성
을 함께 보는 시각이 중요해집니다.
이처럼 미국 주식의 “데이마켓”, 즉 정규 거래 시간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중심으로 앞뒤로 이어져 있고, 각각의 시간대마다 특징과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대와 용어만 익혀도 헷갈림이 많이 줄어듭니다. 그다음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과 생활 리듬에 맞춰, 어떤 시간대에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지 차분히 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