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국민카드를 고를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카드 이름은 비슷비슷하고, 포인트니 할인니 하는 말은 많은데, 정작 내 지갑에서 돈이 얼마나 아껴지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내문을 몇 번이나 읽어도 어렵게 느껴져서, 결국은 쓰다 보면서 하나씩 익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 이건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내용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카드를 고를 때 어떤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민카드 중에서 어떤 카드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기 편한지 차분하게 정리해 두고 싶어졌습니다.
카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카드 이름이나 광고가 아니라, 내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입니다. 월세, 교통비, 점심값, 편의점, 온라인 쇼핑, 통신비처럼 매달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이 패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나에게 맞는 카드 종류가 자연스럽게 좁혀집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카드는 모두 국민카드 중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기 좋은 카드들입니다. 다만 카드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반드시 발급 전에 카드사 안내문을 다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국민카드를 보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네 가지
카드 이름을 보기 전에, 다음 네 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첫째, 한 달에 카드로 얼마나 쓰는지입니다. 보통 카드 혜택에는 “전월 이용금액 ○○만원 이상” 같은 조건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전월 50만원 이상 써야 다음 달에 주유 할인을 해준다든지, 30만원 이상 써야 쇼핑 할인을 해주는 식입니다. 내가 평소에 20만원 정도만 쓰는데, 50만원 조건 카드를 고르면, 혜택을 받기 위해 억지로 더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주로 어디에 쓰는지입니다. 교통비와 편의점, 온라인 쇼핑, 배달앱, 대형마트, 카페, 학원비, 주유비, 통신비, 이런 것들 중에서 어떤 항목이 가장 큰지 가볍게 적어 보면 금방 보입니다. 이 비중에 따라 “포인트형 카드가 나을지, 특정 업종 할인 카드가 나을지”가 갈립니다.
셋째, 나는 포인트를 잘 챙겨 쓰는지, 아니면 간단히 할인되는 것이 좋은지입니다. 포인트는 모아서 현금처럼 쓰거나 결제대금에서 차감하는 등 활용도가 높지만, 신경을 안 쓰면 그대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즉시 할인은 이해하기 쉽고 관리가 간편합니다.
넷째, 연회비와 카드 관리 성향입니다. 연회비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혜택을 충분히 챙길 자신이 있다면 괜찮지만, 자주 확인하지 않거나 사용 금액이 적다면 너무 복잡한 카드보다는 조건이 단순한 카드가 오히려 이득일 때가 많습니다.
1. KB국민 Liiv Mate 카드: 여기저기 쓸수록 포인트가 차곡차곡
Liiv Mate 카드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폭넓게 모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조금씩 꾸준히 쓰는 사람에게 잘 어울립니다.
이 카드는 기본적으로 국내외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포인트를 적립해 줍니다. 일반적인 안내 기준으로는 대략 0.7% 수준의 기본 적립이 적용되고, 전월 실적 조건에 크게 묶이지 않는 구간도 있는 편입니다. 다만 세부 실적 조건과 적립률은 출시 시기와 리뉴얼 등에 따라 조금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발급 전에 반드시 카드사 설명서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영역에서는 추가 적립이 붙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간편결제를 이용할 때, 음식점과 카페, 대중교통, 배달앱·이동통신요금·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곳에서는 기본 적립보다 높은 포인트율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일부 안내에서는 간편결제 2%, 외식·카페·대중교통 1.5%, 배달앱·통신·OTT 1.2% 적립처럼 소개되지만, 실제 비율과 월 적립 한도는 상품 개편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이 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모인 포인트를 여러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포인트는 결제대금 차감, 현금성 캐시백, 상품권 교환, 제휴 포인트 전환 등으로 활용될 수 있고, Liiv Mate 앱에서 포인트 내역과 사용처를 한 번에 확인하기 좋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얼마나 할인받았지?”를 따지기보다는 “포인트가 얼마나 쌓였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카드입니다.
다만 포인트 방식이므로, 눈앞에서 바로 할인이 되는 카드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다소 간접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기본 적립은 실적 조건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지만, 특별 적립 영역에는 전월 이용금액과 월 적립 한도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잘 챙길 자신이 없다면, 보다 단순한 할인 카드와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합니다.
연회비는 보통 국내전용과 해외겸용(Master 등) 모두 약 1만 5천원 수준으로 책정된 안내가 많습니다. 다만 실제 연회비는 상품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KB국민 My WE:SH 카드: 스스로 고르는 맞춤형 할인
My WE:SH 카드는 “내가 자주 쓰는 분야를 직접 골라서, 그쪽을 집중적으로 할인받는” 구조입니다. 소비 패턴이 특정 분야에 뚜렷하게 모여 있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카드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선택형 혜택입니다. 카드 안내 기준으로는 보통 다섯 가지 정도의 큰 영역 중에서 매월 세 가지를 골라, 각 영역에서 높은 비율의 할인을 받도록 설계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분류입니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과 같은 일상 먹거리 영역, 온라인 쇼핑·배달앱·영상 서비스 같은 디지털 소비 영역, 버스·지하철·택시·자동차 정비 같은 교통·차량 영역, 뷰티·여행·공연 같은 여가 영역, 그리고 교육·학습·레저 관련 영역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들 중 세 영역을 선택하면, 선택한 영역에서 결제할 때마다 높은 비율의 할인이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많이 알려진 예시로는 10% 할인까지 소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축은 기본 혜택입니다. 선택 영역과 관계없이, 국내 가맹점에는 소액의 기본 할인, 해외 가맹점에는 그보다 조금 높은 할인율이 붙는 구조가 안내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월 실적 조건 없이 제공된다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 큰 혜택은 아니지만 “어디서 써도 조금씩 깎인다”는 느낌을 줍니다.
눈여겨볼 점은 반려동물·의료 관련 혜택입니다. 일정 조건 하에서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관련 업종, 병원 결제 등에 대해 별도의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구성도 있습니다. 이는 선택형 혜택과는 다른 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어, 반려동물이나 병원비 지출이 잦다면 실제 체감이 꽤 큽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내가 어떤 달에는 여행과 문화생활에 돈을 많이 쓰고, 어떤 달에는 학원비와 교통비 비중이 커지는 식으로 패턴이 바뀐다면, 매월 선택 영역을 다시 조정하면서 혜택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매달 한 번씩 앱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설정을 바꾸는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또 선택 영역마다 월 할인 한도가 정해져 있고, 이 한도는 전월 실적 수준(예: 30만원, 60만원, 100만원 이상 등)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가 보통입니다.
연회비는 일반적으로 국내전용과 해외겸용이 1만 5천원 정도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역시 실제 금액과 조건은 카드사 안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3. KB국민 Easy pick 카드: 복잡한 것 없이 꾸준히 할인
Easy pick 카드는 복잡한 구조를 싫어하고, 여러 곳에서 조금씩, 꾸준히 할인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이름처럼 “고르고 쓰기 쉽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카드의 큰 특징은, 전월 실적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할인이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국내 가맹점에서 일정 비율의 할인, 해외 가맹점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구성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본 할인은 실적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사용 금액이 많지 않은 달에도 어느 정도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선택형 혜택이 붙습니다. 안내상으로는 일상 영역과 여가 영역으로 크게 나누어, 그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상대적으로 높은 할인율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상 할인형을 고르면 대형마트·온라인 쇼핑·음식점·카페·대중교통·통신요금 같은 생활 필수 지출에 할인이 집중되고, 놀이 할인형을 고르면 여행·문화·레저·편의점·배달앱 등 여가와 편의 위주로 할인이 강화되는 식입니다.
또한 KB Pay, 삼성페이 등 일부 간편결제 수단으로 결제할 경우 추가 할인이나 우대 혜택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실물 카드보다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비중이 큰 환경에서는 이런 간편결제 우대가 실제 체감 할인율을 상당히 끌어올려 줍니다.
주의할 점은 선택형 혜택에도 전월 실적에 따른 월 할인 한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략 몇 만원 단위로 “월 최대 할인 가능 금액”이 정해져 있고, 그 이상을 써도 더 이상 할인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주 극단적으로 높은 할인율을 기대하는 분들께는, 이 카드가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회비는 국내전용과 해외겸용 모두 1만 2천원 수준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급 전 실제 조건을 다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4.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 카드들
지금까지 소개한 카드는 여러 분야를 고루 사용할 때 어울리는 카드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매달 주유비가 유난히 많고, 또 어떤 사람은 통신비·항공 마일리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분야에 특화된 카드를 한 장 더 쓰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주유 특화 카드는 대표적으로 특정 주유소 브랜드와 제휴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GS칼텍스나 S-OIL 주유소에서 결제할 때 리터당 일정 금액을 할인하거나, 이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식입니다. 차를 자주 운전하고 통근이나 장거리 이동이 잦다면, 이런 카드 한 장만 잘 써도 한 달 주유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전월 실적 조건과 월 할인 한도가 높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신비 특화 카드는 SKT, KT, LG U+ 같은 통신사의 요금을 자동이체로 결제할 때 매달 상당한 금액을 할인해 주는 구성이 일반적입니다. 일부 대표 상품 안내에서는 월 최대 1만 6천원 수준까지 통신비를 절감해 주는 것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통신비는 매달 거의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할인을 받으면 전체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큽니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는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결제금액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나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쌓이는 카드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마일리지는 항공권 구매, 좌석 승급 등에 쓰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일반 포인트보다 더 큰 가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일리지 카드는 연회비가 다소 높은 편이고, 항공사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에 따라 효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이마트나 특정 대형마트와 제휴된 카드들은 해당 마트에서 장을 자주 보는 가정에 유리합니다. 장보기 금액에 대한 할인·적립은 물론, 무이자 할부나 제휴 멤버십 연계 혜택 같은 것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특화 카드는 특정 한 가지 부분에서 매우 강력한 대신, 그 밖의 영역에서는 혜택이 평범하거나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범용 카드 한 장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분야에 특화된 카드 한 장을 함께 사용하는 식으로 조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에게 맞는 국민카드를 고르는 순서
카드를 고를 때는 여러 상품 설명을 한꺼번에 비교하기보다, 단계를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먼저, 지난 몇 달 동안 어디에 가장 많이 썼는지 확인합니다. 카드 명세서나 계좌 내역을 보면 “온라인 쇼핑과 배달앱이 많구나”라든지, “교통과 편의점이 대부분이네” 하는 식으로 금방 보입니다. 여러 곳에 고르게 쓴다면 Liiv Mate처럼 포인트를 폭넓게 적립하는 카드나 Easy pick처럼 기본 할인이 넓게 퍼져 있는 카드가 무난합니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배달·외식처럼 몇 가지 분야에 유독 많이 쓴다면 My WE:SH처럼 내가 직접 분야를 골라 할인율을 집중시킬 수 있는 카드가 유리합니다. 주유비나 통신비처럼 특정 필수 고정비가 유난히 크다면, 범용 카드에 더해 주유·통신 특화 카드를 하나 더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포인트와 즉시 할인 중 어느 쪽이 더 잘 맞는지 생각해 봅니다. 적립된 포인트를 꼼꼼히 챙겨 보고, 어디에 쓸지도 즐겁게 고민하는 편이라면 Liiv Mate처럼 포인트형 카드를 중심으로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반면에 “계산할 때 바로 얼마 깎였는지 보고 싶다”면 My WE:SH나 Easy pick처럼 할인형 카드를 중심에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카드를 얼마나 자주 관리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앱에 들어가 혜택 영역을 매달 한 번씩 바꾸고, 전월 실적과 할인 한도를 체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조건이 복잡하지만 강력한 혜택 카드가 잘 맞습니다. 반대로 이런 걸 자주 잊는다면, 전월 실적 조건이 단순하거나 기본 혜택이 탄탄한 카드를 고르는 게 실제로는 더 이득일 수 있습니다.
카드는 결국 “광고에서 보이는 혜택”이 아니라 “내 소비 패턴과 맞았을 때 실제로 얼마나 줄여주는지”가 중요합니다. 스스로의 소비를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고, 위에서 정리한 카드들의 특징을 떠올려 보시면, 자연스럽게 몇 장으로 후보가 좁혀질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카드사 안내문에서 전월 실적, 실적 제외 항목, 월 할인 한도, 연회비를 다시 차분히 확인하고, 나에게 과하지 않은 선에서 선택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