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 텐트 안에 앉아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바깥은 얼어붙은 공기와 차가운 바람인데, 두꺼운 천 너머 안쪽은 난방기와 따뜻한 불빛 덕분에 포근합니다. 투명한 창 너머로 눈 덮인 산이나 강이 보이고, 옆에서는 숯불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갑니다. 그 사이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한 입 떠먹고, 손난로 대신 머그컵을 꼭 쥐고 뜨거운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면, 겨울이 이렇게 좋았나 싶어집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겨울이면 하루 정도는 꼭 글램핑을 떠나게 됐습니다.
글램핑은 ‘화려한 캠핑’이라는 뜻으로, 텐트나 숙소, 난방, 화장실, 바비큐 시설 등이 이미 갖춰져 있는 곳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장비를 챙기지 않아도 따뜻하게 쉬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하루만 다녀오는 당일치기라면 짐도 가볍고, 일정도 여유 있게 꾸릴 수 있어 겨울 방학이나 주말 나들이로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겨울 글램핑은 계절 특성상 난방, 이동, 안전 등을 조금 더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면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서울·경기 근교 겨울 글램핑이 좋은 이유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이동 시간’입니다. 왕복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정작 글램핑장에서 보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통 한쪽 방향 기준 1~2시간 안쪽을 많이 선택합니다. 이 기준에 잘 들어오는 곳이 바로 서울과 경기, 강원도 초입 지역입니다.
이 지역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고속도로·국도 접근성이 좋아 자가용 이동이 편리합니다.
- 버스나 기차, ITX 등을 이용해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 강, 호수, 산이 어우러진 자연 풍경이 많아 겨울 경치를 즐기기 좋습니다.
- 관광지, 카페, 식당 등 주변 즐길 거리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서울·경기 근교 글램핑장은 난방 시설과 바비큐 시설이 비교적 잘 정비된 곳이 많아 겨울에도 이용하기 좋습니다. 단, 글램핑장마다 시설과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예약 전에 꼭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평 글램핑: 서울 근교의 대표 겨울 캠핑지
가평은 서울에서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면 도착할 수 있어 서울 근교 겨울 글램핑지로 자주 선택됩니다. 북한강 주변이나 산속에 자리한 곳이 많아 눈 오는 날에는 풍경이 특히 예쁩니다.
가평 지역 글램핑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에서 가깝지만, 밤에는 별이 잘 보일 정도로 주변 불빛이 많지 않습니다.
- 북한강변, 계곡, 산자락 등 다양한 자연 풍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프렌치 스타일, 모던 스타일, 패밀리형 등 콘셉트가 다양한 글램핑장이 모여 있습니다.
일부 글램핑장에서는 당일 이용자를 위한 바비큐 패키지 상품을 따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글램핑 공간 대여와 숯, 그릴, 테이블, 의자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어 별도로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모든 곳이 이런 패키지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문하려는 곳의 홈페이지나 예약 페이지를 통해 당일 이용 가능 여부와 포함 내용, 이용 시간대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평에는 아침고요수목원, 쁘띠프랑스, 남이섬처럼 겨울에도 사람이 많이 찾는 명소들이 주변에 있어, 글램핑 전후로 들르기 좋습니다. 특히 아침고요수목원 겨울 빛 축제 기간에는 저녁 시간대 조명이 예쁘게 켜져, 바비큐 전후로 들르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포천 글램핑: 숲과 계곡, 호수 풍경을 함께 즐기는 곳
포천은 산과 계곡, 호수가 고루 어우러진 지역으로, 조금 더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 쉬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립니다. 겨울에는 나무 잎이 떨어져 시야가 넓어져서 산과 계곡 선이 더 또렷하게 보이고, 눈이 내리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합니다.
포천 글램핑장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휴양림, 계곡 주변에 위치한 곳이 많아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습니다.
- 허브를 테마로 한 관광지, 호수, 문화시설 등이 가까운 곳이 많습니다.
- 야경이나 겨울 조명을 볼 수 있는 공간과 연계된 곳도 있습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 인근의 글램핑장은 낮에는 허브 정원을 거닐고, 저녁에는 조명과 함께 꾸며진 공간을 구경한 뒤 글램핑장으로 돌아와 바비큐를 즐기기 좋습니다. 또 산정호수 주변 글램핑장은 얼어붙은 호수와 주변 산을 함께 바라보며 쉬기 좋고, 호수 산책로를 가볍게 걸어보기도 좋습니다. 다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출발 전 도로 상황과 차량 체인,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양평 글램핑: 강변과 산자락이 어우러진 모던한 공간
양평은 한강 상류와 산이 함께 어우러진 지역으로, 풍경이 탁 트인 곳이 많습니다. 글램핑장들도 강변 뷰, 산 전망 등 자연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를 선택한 곳이 많고, 내부 인테리어도 비교적 깔끔하고 현대적인 편인 곳이 다양합니다.
양평 글램핑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서울 동쪽에서 접근하기 편해 자가용, 전철, 버스 등 여러 방법으로 갈 수 있습니다.
- 강변 카페, 전망 좋은 베이커리, 예쁜 카페 거리가 가까운 곳이 많습니다.
- 두물머리, 세미원 등 풍경을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일부 글램핑장은 텐트마다 개별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고, 온돌 바닥이나 전기장판, 온풍기 등 난방 시설을 여러 개 갖춰 둬 겨울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편리합니다. 당일치기로 이용할 때는 입실·퇴실 시간이 숙박과는 다를 수 있으니, 도착 시간과 이용 가능 시간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춘천 글램핑: 강원도 초입에서 느끼는 맑은 공기
춘천은 강원도의 초입에 위치해 있어 서울보다 한층 더 차갑고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ITX-청춘 열차를 이용하면 대중교통만으로도 비교적 편하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어, 자가용이 없는 사람에게도 선택지가 됩니다.
춘천 글램핑의 매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강, 호수, 산이 함께 어우러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소양강 스카이워크, 구도심 카페 거리 등과 함께 일정으로 묶기 좋습니다.
- 닭갈비 골목, 막국수집 등 지역 음식점을 들르기 좋아 식도락과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겨울철 춘천은 다른 지역보다 평균 기온이 더 낮은 편입니다. 난방이 잘 갖춰진 글램핑장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방한 준비도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두꺼운 패딩, 장갑, 목도리, 귀마개, 따뜻한 양말 등을 충분히 준비해 두면 야외 활동을 할 때 훨씬 편안합니다.
겨울 글램핑 예약할 때 꼭 확인할 것들
겨울에는 성수기만큼이나 주말 예약이 빨리 마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방학, 연말, 크리스마스 전후, 설 연휴 전후 등에는 일찍부터 예약이 몰립니다. 날짜를 정했다면 다음 사항들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전 예약 시기: 주말 기준으로 최소 1~2주 전, 인기 있는 날짜는 그보다 더 여유 있게 예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당일 이용 가능 여부: 모든 글램핑장이 당일치기 상품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므로, 숙박이 아닌 당일 이용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바비큐 패키지 구성: 숯, 그릴, 집게, 가위, 토치, 테이블, 의자, 기본 양념 등 어떤 것이 포함되는지 세부 항목을 확인합니다.
- 난방 시설: 전기장판, 온풍기, 온돌, 난로 등 어떤 난방 기구가 있는지와 온수 사용 가능 여부를 꼭 살펴봅니다.
- 개별 바비큐 공간: 팀별로 독립된 바비큐 공간이 있는지, 지붕이나 비가림 시설이 있는지, 바람을 막아주는 구조인지 확인하면 좋습니다.
- 대중교통·픽업: 자가용이 없다면 가장 가까운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글램핑장까지 이동 방법과 소요 시간을 확인합니다.
예약 전에는 실제 이용 후기를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난방이 충분했는지, 사진과 실제 시설이 비슷한지, 관리 상태는 어땠는지 등 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많습니다.
겨울 글램핑 의류 준비: 겹겹이 입는 것이 핵심
겨울 글램핑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의류입니다. 바비큐를 하거나 구경을 다닐 때는 야외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텐트 안과 밖의 온도 차이도 크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옷을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도록 겹겹이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겉옷: 두꺼운 패딩이나 방한 코트처럼 바람을 잘 막아주고 길이가 어느 정도 긴 외투가 좋습니다.
- 중간 옷: 니트, 맨투맨, 후드티 등을 여러 벌 겹쳐 입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 기초 내의: 보온 기능이 있는 내복이나 기능성 티셔츠, 레깅스 등을 입으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 방한 소품: 장갑, 목도리, 귀마개, 비니 모자 등 노출된 부위를 가려 줄 수 있는 소품을 챙깁니다.
- 양말과 신발: 두툼한 양말과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나 부츠를 선택하고, 실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챙겨도 편합니다.
특히 저녁 이후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까지는 비교적 가볍게 입더라도, 해가 완전히 진 뒤에는 한 겹 더 껴입을 수 있도록 여벌 옷을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바비큐와 음식 준비: 겨울엔 따뜻한 국물이 큰 역할을 합니다
겨울 글램핑의 즐거움 중 하나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음식을 먹는 순간입니다. 미리 잘 준비해 가면 현장에서 훨씬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바비큐용 재료: 돼지고기(삼겹살, 목살), 소고기, 소시지, 새우, 버섯, 양파, 파프리카 등 굽기 편한 재료를 위주로 준비합니다.
- 곁들임 음식: 쌈 채소, 쌈장, 김치, 마늘, 고추, 간단한 밑반찬을 챙겨 가면 식사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 따뜻한 국물 요리: 어묵탕, 만둣국, 밀푀유나베, 라면 등 뜨끈한 국물 요리를 하나쯤 준비하면 추위를 잊기 좋습니다. 재료가 이미 손질된 간편 조리 식품을 활용하면 현장에서 조리 시간이 줄어듭니다.
- 간식: 군고구마용 고구마, 마시멜로, 과자, 과일 등을 챙기면 식사 후에도 오랫동안 다과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따뜻한 음료: 믹스커피, 차, 핫초코 가루와 함께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가면 언제든지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 음료와 기타: 물, 탄산음료, 주스 등 기본 음료도 잊지 말고, 주류를 준비할 경우 글램핑장 규정을 미리 확인합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고기나 해산물은 항상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하고, 이동 중에는 아이스박스나 보냉 가방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타 준비물: 있으면 훨씬 편해지는 것들
글램핑장은 기본적인 생활 도구를 갖춘 곳이 많지만, 개인이 챙겨 가면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들도 있습니다.
- 개인 위생용품: 칫솔, 치약, 세안제, 수건, 물티슈 등은 각자 쓰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 전자기기: 휴대폰 충전기, 멀티탭, 보조배터리를 준비하면 테이블 근처에서 편하게 충전할 수 있습니다.
- 담요: 글램핑장에 비치된 이불과는 별도로, 야외에서 무릎 위에 덮을 담요를 가져가면 바비큐 시간에도 따뜻합니다.
- 놀거리: 보드게임, 카드게임, 간단한 책,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등은 시간을 더 알차게 채워 줍니다. 다만 소음 규정을 지키기 위해 볼륨은 항상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상비약: 소화제, 진통제, 감기약, 대일밴드 등 기본 상비약을 준비해 두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도움이 됩니다.
- 개인 식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텀블러, 개인 접시, 젓가락, 컵 등을 따로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겨울 글램핑 안전 수칙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도 중요하지만, 겨울에는 특히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난방과 화기, 빙판길 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 환기: 난방기를 사용할 때는 일정 시간마다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 환기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가스나 연료를 사용하는 기구는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반드시 사용 방법과 환기 지침을 지켜야 합니다.
- 화재 예방: 숯불이나 가스버너를 사용할 때는 주변에 인화성 물질을 두지 말고, 불꽃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불을 모두 끄지 않은 상태로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미끄럼 주의: 눈이나 얼음이 얼어 있을 수 있는 계단, 주차장, 산책로에서는 걸음을 작게 떼고 천천히 이동해야 합니다. 특히 밤에는 잘 보이지 않으니 휴대용 랜턴이나 휴대폰 플래시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 저체온증·동상 예방: 야외에 오래 머무를 경우 손가락, 발가락, 귀, 코 주변이 너무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즉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 글램핑을 더 즐겁게 보내는 방법
당일치기라고 해서 일정이 빡빡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것이 겨울 글램핑의 매력을 더 잘 느끼는 방법입니다.
- 여유로운 일정 계획: 이동 시간, 장보기 시간, 바비큐 준비 시간을 넉넉히 잡고, 꼭 해야 할 일정을 몇 개만 정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 사진과 영상 남기기: 텐트 안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 숯불 위에서 익어 가는 음식, 모닥불 사이로 오가는 이야기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다시 떠올리기 좋습니다.
- 불멍 즐기기: 숯불이나 모닥불 앞에 앉아 불꽃을 바라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거나,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듭니다.
- 별 감상: 도심보다 불빛이 적은 곳에서는 밤하늘의 별이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잠깐 밖으로 나가 고개를 들어 올려 보면,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밤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준비와 계획만 잘해도 겨울 당일치기 글램핑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 몸은 따뜻하게, 마음은 가볍게, 자연과 불빛, 음식과 대화를 천천히 즐기는 하루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