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발이 제대로 내리던 날, 유난히 손발이 시려워서 저녁에 뜨끈한 국물 요리를 찾게 된 적이 있습니다. 허기만 채운다고 대충 때웠던 날들과 달리, 그날은 뭔가 몸속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다음 날 아침 기분도 훨씬 가벼웠습니다. 그 이후로 겨울만 되면 자연스럽게 “몸을 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따뜻한 보양식과 제철 재료를 신경 써서 먹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몸에 좋다’는 말보다, 어떤 음식이 실제로 면역력과 체력에 도움이 되는지 알고 먹으니, 한 끼 식사에도 더 마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겨울철 국물 요리로 몸부터 따뜻하게
겨울철에는 체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이때 따뜻한 국물 요리는 몸을 데워줄 뿐 아니라, 수분과 영양을 함께 보충해 주어 감기 예방과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삼계탕은 보통 여름철 복날 음식으로 떠올리지만, 겨울에 먹어도 꽤 좋은 보양식입니다. 닭고기는 소화가 비교적 잘 되는 단백질 공급원이고, 인삼·대추·마늘 등과 함께 끓이면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합이 됩니다. 다만, 몸에 열이 많은 분이나 소화가 약한 분은 인삼 양을 줄이거나 빠르게 끓여 기름기를 덜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곰탕과 설렁탕은 소뼈와 고기를 오래 고아 만든 국물로, 단백질과 일부 미네랄을 함께 섭취할 수 있습니다. 콜라겐이 피부나 관절에 ‘기적의 성분’처럼 과장되는 경우가 있지만, 단백질의 한 종류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도 부드러운 국물 덕분에 소화 부담이 적어 겨울철 체력이 떨어졌을 때 한 끼 식사로 무난합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발효 식품을 활용한 대표적인 국물 요리입니다. 김치와 된장에는 유산균과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끓이는 과정에서 살아 있는 유산균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발효 식품 자체가 가진 이점과 채소, 단백질(두부·고기 등)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울철 반찬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미역국은 출산 후에만 먹는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볍게 먹기 좋은 겨울 아침 메뉴가 되기도 합니다. 미역에 들어 있는 요오드와 칼슘, 식이섬유는 신진대사를 돕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갑상선 질환이 있는 분들은 요오드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 평소 질환 유무를 고려해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얼큰한 육개장이나 매운탕 같은 국물은 추운 날씨에 특히 생각나기 쉽습니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일시적인 발한을 유도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속이 약한 분들,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 있는 분들은 너무 자극적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고, 맵기보다는 재료의 균형을 신경 쓰는 편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됩니다.
뿌리채소와 구황작물로 속을 든든하게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무, 연근,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와 구황작물이 자주 식탁에 올라옵니다. 뿌리채소는 대체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무는 겨울철에 특히 맛이 좋아지는 채소입니다. 비타민 C와 소화를 돕는 효소가 들어 있어, 무국이나 생채로 먹으면 느끼한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 따뜻한 무국 한 그릇은 속을 편안하게 해 주어,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음 날 아침에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근은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이지만, 그 안에 비타민 C와 식이섬유, 탄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코 점막을 튼튼하게 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점막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조림, 부침, 전 등으로 활용하면 겨울 밥상에 색다른 반찬이 되어 줍니다.
우엉은 예전에는 약간 ‘어른들 반찬’ 같은 느낌이었지만, 장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주목받는 재료입니다. 이눌린 같은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달짝지근하게 조린 우엉조림은 밥반찬으로 오래 두고 먹기 좋습니다.
생강과 마늘은 겨울철 빠지기 어려운 재료입니다. 생강은 특유의 매운맛과 향 덕분에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고, 일부 연구에서도 항염, 항산화 작용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감기가 시작될 때 따뜻한 생강차를 찾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늘은 알리신이라는 성분으로 유명한데, 알리신은 강한 향과 함께 항균·항바이러스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생마늘을 과하게 먹으면 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요리에 적당히 넣어 자주 섭취하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고구마는 겨울철 간식이자 든든한 한 끼 대용 식품이 되기도 합니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과 영양을 함께 챙길 수 있고, 군고구마처럼 따뜻하게 먹으면 몸도 함께 데워집니다. 다만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으므로, 당 조절이 필요한 분들은 양을 조절하고 단백질이나 지방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이 풍부한 겨울철 과일
겨울에는 햇볕을 쬘 시간이 줄어들고 활동량도 줄어들다 보니,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음식으로 챙겨 주는 것이 꽤 중요해집니다. 이때 과일은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귤, 오렌지, 유자 같은 감귤류는 비타민 C가 풍부해 겨울철 감기 예방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비타민 C가 감기를 완전히 막아 주는 것은 아니고, 부족하지 않게 유지해 주는 정도의 역할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자는 생과로 먹기보다는 유자청을 타서 따뜻한 차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뜨거운 물에 오래 끓이면 비타민 C가 일부 줄어들 수 있어 너무 오래 끓이기보다는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배는 예로부터 기침과 가래에 좋다고 알려진 과일입니다. 실제로 배에는 루테올린 등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기침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감기에 걸려 목이 칼칼할 때, 배숙이나 따뜻한 배즙을 찾게 되는 경험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사과는 “하루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과일입니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이 풍부해 장 운동을 도와주고, 비타민 C와 각종 항산화 성분이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기여합니다. 겨울철 간식으로 과자 대신 사과 한 개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식단 균형을 맞추는 데 꽤 도움이 됩니다.
견과류와 씨앗류로 부족한 영양 보충
추운 계절에는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식사량도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견과류와 씨앗류를 간단한 간식으로 곁들이면, 적은 양으로도 에너지와 필수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아몬드, 호두, 캐슈넛 등은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E, 아연, 셀레늄 등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열량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하루 한 줌(약 20~30g)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자주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늘어날 수 있어, 가급적 무염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몸에 부담이 덜합니다.
버섯류로 가볍게, 그러나 알차게
버섯은 칼로리는 낮지만 식이섬유와 비타민 D(일부 버섯) 등을 포함하고 있어, 겨울철 식단에 부담 없이 추가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특히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등에는 베타글루칸으로 알려진 성분이 들어 있어, 면역 세포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버섯이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버섯은 어디까지나 균형 잡힌 식단의 한 부분으로, 다른 채소·단백질·곡류와 함께 먹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집니다. 국, 볶음, 구이, 전골 등 활용도가 높아, 겨울철 국물 요리에 넣어 풍미와 영양을 함께 올리기 좋습니다.
따뜻한 차로 수분과 온도 지키기
겨울에는 목이 마른 느낌이 덜해서 물을 적게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 난방으로 인해 오히려 몸은 더 쉽게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따뜻한 차는 수분 보충과 체온 유지 두 가지를 동시에 도와줍니다.
생강차는 몸을 데워주는 느낌이 있어, 손발이 유난히 찬 분들이 자주 찾게 됩니다. 대추차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워, 긴장된 마음을 조금 풀어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유자차는 상큼한 향과 함께 비타민 C 섭취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오미자차는 특유의 오묘한 맛 덕분에 피로할 때 색다른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단, 시중에서 파는 차 음료나 과일청은 당분이 높은 경우가 많아, 감미료나 설탕 양을 확인하고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집에서 진하게 끓인 후, 물을 조금 섞어 마시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따뜻함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겨울철 건강 보양식 섭취 팁
겨울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될 때, 몇 가지 기본 원칙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가능하면 따뜻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체온 유지를 돕습니다.
- 한 가지 음식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국물 요리·채소·과일·단백질·견과류를 골고루 나누어 섭취합니다.
- 건조한 계절에는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수분 보충을 신경 씁니다.
- 너무 늦은 시간에 과식하기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소화와 수면, 면역력 유지에 모두 도움이 됩니다.
추운 계절일수록 한 끼 식사가 단순한 배 채우기를 넘어서, 몸을 돌보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면 좋겠습니다. 익숙한 재료라도 조금만 의식을 가지고 선택해 보면, 겨울을 버티는 힘이 식탁에서부터 천천히 채워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