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결혼식 하객룩 가디건 코디 팁

처음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때, 옷장 앞에서 꽤 오래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장은 딱딱해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편한 옷을 입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애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평소에 자주 입던 가디건을 슬랙스와 셔츠에 매치해 나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단정해 보이면서도 하루 종일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결혼식 하객으로 초대받을 때마다 가디건을 어떻게 활용할지 먼저 떠올리게 되었고, 어떤 조합이 품위 있어 보이고 어떤 조합이 너무 편해 보이는지 점점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식이라는 자리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가디건처럼 편안한 아이템을 활용할 때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코디를 해야 격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멋을 낼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남성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할 때, 가디건을 활용해 세련되고 단정하게 보이는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결혼식용 가디건,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가디건을 아무거나 집어 입으면 편해 보이기는 쉽지만, 결혼식장에서는 자칫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기준만 기억하면 훨씬 품위 있어 보이는 가디건을 고르기 좋습니다.

첫째, 소재가 중요합니다. 결혼식에는 너무 두꺼운 캐주얼 니트보다는 얇고 고급스러운 재질이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소재가 좋습니다.

  • 울, 메리노 울처럼 실이 부드럽고 촘촘한 니트
  • 캐시미어나 캐시미어 블렌드처럼 고급 니트
  • 표면이 매끈한 고급 코튼이나 코튼·울 혼방 소재

반대로 피하는 편이 좋은 소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털이 많이 일어난 두꺼운 니트, 후드가 달린 후디형 가디건, 플리스(뽀글이) 재질처럼 운동복 느낌이 강한 옷은 일상에서는 편하지만 결혼식에는 다소 가벼워 보일 수 있습니다.

둘째, 핏(몸에 맞는 정도)이 단정해야 합니다. 너무 큰 오버핏은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결혼식장에서는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 우선입니다. 어깨선이 어깨에 맞고, 몸통은 너무 끼지 않으면서도 헐렁하지 않은 슬림핏이나 레귤러핏이 좋습니다. 손을 내렸을 때 소매 길이가 손목 뼈 부근에 오고, 가디건 기장은 엉덩이 중간 정도에서 떨어지면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셋째, 디자인을 심플하게 고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래와 같은 형태가 결혼식에 잘 맞습니다.

  • V넥 가디건: 셔츠와 넥타이를 깔끔하게 보여줘서 가장 무난합니다.
  • 라운드넥 가디건: 단정한 셔츠와 매치하면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 단추 여밈 스타일: 집업(지퍼)보다는 단추가 있는 기본 가디건이 더 격식 있는 인상을 줍니다.

숄카라 가디건처럼 카라가 넓고 디자인이 독특한 제품은 멋스럽지만, 소재가 너무 두껍거나 패턴이 강하면 실내 결혼식에서는 과해 보일 수 있습니다. 소재와 색감이 차분한 제품을 골라야 부담이 줄어듭니다.

넷째, 색상은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남자 하객룩에는 차분한 톤이 잘 어울립니다.

  • 네이비, 차콜 그레이, 블랙처럼 어두운 기본 색
  • 베이지, 브라운, 카키, 올리브처럼 자연스러운 톤
  • 버건디, 다크 그린처럼 살짝 포인트가 되지만 튀지 않는 색

형광색이나 아주 밝은 원색, 큰 캐릭터 자수나 로고가 중앙에 크게 들어간 디자인은 결혼식에서 시선을 과하게 끌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객 복장은 신랑·신부보다 더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단정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면 색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클래식 & 포멀 가디건 코디

전통적인 실내 예식장, 호텔 웨딩,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격식 있는 자리라면 정장에 가까운 포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가디건은 재킷 대신 입는 것이 아니라, 셔츠와 슬랙스를 조금 더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기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너: 화이트 셔츠 또는 연한 하늘색 셔츠
  • 하의: 울 슬랙스(네이비, 차콜, 블랙 계열)
  • 가디건: 단색 V넥 또는 버튼 가디건
  • 신발: 옥스포드, 더비, 로퍼 같은 가죽 드레스 슈즈
  • 액세서리: 벨트, 넥타이, 깔끔한 시계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조합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네이비 V넥 가디건에 하얀 셔츠를 입고, 아래에는 회색 울 슬랙스를 매치합니다. 여기에 브라운 로퍼와 같은 톤의 브라운 가죽 벨트를 더하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색 조합이 완성됩니다. 이때 넥타이를 가디건 안쪽에 매면 결혼식다운 단정함이 살아납니다.

또 다른 예로, 차콜 그레이 버튼 가디건에 연한 하늘색 셔츠를 입고, 블랙 슬랙스를 더해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블랙 더비 슈즈와 비슷한 톤의 넥타이를 매면, 차분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느낌이 납니다. 이런 조합은 사진을 찍을 때도 깔끔하게 나와서, 예식 내내 부담 없이 입고 있을 수 있습니다.

포멀 코디에서 가디건은 색과 질감이 전체 옷차림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칫 너무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셔츠와 슬랙스 조합에 따뜻한 니트 한 겹이 더해지면, 보는 사람에게도 편안하면서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조금 덜 격식 있는 결혼식에서의 세미 포멀 가디건 코디

스몰 웨딩, 야외 결혼식, 친구 중심으로 모이는 캐주얼한 예식장에서는 정장 풀 세트를 입으면 오히려 혼자만 과하게 차려입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디건을 중심으로 한 세미 포멀 코디가 잘 어울립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넥타이를 생략하고, 슬랙스 대신 잘 다려진 치노 팬츠를 입어도 예의를 크게 해치지 않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실루엣과 색감은 여전히 단정해야 합니다.

세미 포멀 조합은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이너: 패턴이 과하지 않은 셔츠, 또는 깔끔한 피케 셔츠(카라가 있는 티)
  • 하의: 베이지, 네이비, 올리브 톤의 치노 팬츠 또는 울 혼방 슬랙스
  • 신발: 로퍼, 첼시 부츠, 잘 정돈된 처카 부츠
  • 액세서리: 벨트, 시계, 포켓에 가볍게 꽂는 천 정도

예를 들어 베이지 V넥 가디건에 잔잔한 파란 줄무늬 셔츠, 네이비 치노 팬츠를 입고 브라운 페니 로퍼를 신으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산뜻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브라운 가죽 벨트를 더해 신발 색과 맞추면, 상·하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입니다.

또 다른 예로, 올리브 그린 가디건에 하얀 피케 셔츠, 회색 울 슬랙스를 입고 블랙 첼시 부츠를 신는 조합도 있습니다. 이 경우 피케 셔츠는 티셔츠보다 격식 있고, 일반 셔츠보다는 조금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코디는 실내·외를 오가며 움직임이 많을 때 특히 편합니다.

다만, 아무리 캐주얼한 결혼식이라도 일반 반팔 티셔츠나 프린트가 큰 티셔츠를 가디건 안에 입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진에도 오래 남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단정함은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가디건과 블레이저를 함께 입는 격식 있는 레이어드

호텔 예식이나 양가 어른들이 많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정장만 입기에는 조금 단조롭고 그렇다고 캐주얼하게 입기에는 눈치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가디건과 블레이저를 함께 입는 레이어드는 꽤 좋은 선택이 됩니다.

이 조합에서 중요한 점은 두께와 핏입니다. 블레이저 안쪽에 입는 가디건은 되도록 얇고 몸에 잘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겉 재킷이 부풀어 보이거나 움직일 때 불편할 수 있습니다.

구성은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이너: 단정한 드레스 셔츠
  • 가디건: 얇은 V넥, 몸에 딱 맞는 사이즈
  • 아우터: 네이비, 그레이, 블랙 톤의 블레이저
  • 하의: 블레이저와 셋업이거나 톤을 맞춘 슬랙스
  • 신발: 옥스포드, 더비, 로퍼 같은 드레스 슈즈

예를 들어, 네이비 블레이저 안에 그레이 V넥 가디건을 입고, 안쪽에는 하얀 드레스 셔츠를 매치합니다. 아래에는 네이비 슬랙스, 신발은 블랙 옥스포드 슈즈를 신습니다.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더하면 거의 정장과 비슷한 격식이 유지되면서도, 가디건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더 부드러워집니다.

이런 코디는 특히 겨울이나 초봄처럼 조금 쌀쌀한 계절에 좋습니다. 실내에서는 블레이저를 잠깐 벗고 가디건만 입어도 여전히 단정해 보이고, 야외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블레이저를 걸쳐 더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디건 하객룩을 완성시키는 디테일들

가디건과 셔츠, 슬랙스를 잘 골랐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이 전체 인상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깔끔함이 기본입니다. 옷에 먼지나 보풀이 많이 붙어 있거나, 셔츠에 주름이 심하게 잡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정리가 안 된 느낌이 납니다. 셔츠와 슬랙스는 다림질을 해서 입고, 가디건은 보풀 제거기를 사용해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해 두면 훨씬 단정해 보입니다.

액세서리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벨트는 신발 색과 최대한 맞춰 주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운 로퍼를 신는다면 브라운 벨트를, 블랙 더비 슈즈를 신는다면 블랙 벨트를 매치하는 식입니다. 시계는 크고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가죽 스트랩이나 금속 줄의 깔끔한 드레스 워치 스타일이 결혼식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양말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앉았을 때 바짓단이 올라가 발목이 훤히 드러나면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조금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길이가 충분히 긴 드레스 삭스를 신어 앉거나 걸을 때에도 피부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색은 신발과 비슷한 톤으로 맞추면 무난하고, 가끔은 슬랙스 색에 맞춰 톤온톤으로 조합해도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식의 설정과 날씨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내 위주의 겨울 결혼식이라면 가디건과 블레이저를 함께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지만, 한여름 낮 야외 예식이라면 너무 두꺼운 니트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장소가 호텔인지, 야외 가든인지, 스몰 웨딩홀인지에 따라 가디건의 두께와 색, 레이어드 정도를 조절하면 상황에 훨씬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디건은 평소에도 자주 입는 친숙한 옷이지만, 소재와 핏, 색만 잘 고르면 결혼식처럼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도 충분히 품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이런 점을 알고 옷장을 바라보면, 이미 가지고 있는 가디건으로도 여러 가지 하객룩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