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인피니티 런3 러닝화 솔직 후기 및 장단점

비가 온 다음 날이었습니다. 젖은 트랙 위를 천천히 돌고 있는데, 발밑이 푹신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너무 선명하게 전해졌습니다. 스피드를 내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전해지는 충격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몸 상태가 유난히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러닝을 마치고 생각해 보니, 바뀐 건 다리가 아니라 신발이었습니다. 그날 처음 신고 나간 신발이 바로 나이키 인피니티 런 3였습니다.

이 신발은 나이키 리액트 인피니티 런 플라이니트 3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길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달릴 때 무릎이나 발목에 오는 부담을 줄이고, 오래 달려도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러닝화입니다. 제조사에서 “부상 위험을 줄여준다”고 홍보하지만, 특정 신발이 부상을 완전히 막아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충격을 줄이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어느 정도 도와주는 것은 실제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과 첫 착용감

처음 박스를 열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두툼한 중창과 둥글게 말린 밑창 모양이었습니다. 일반 운동화보다 키가 살짝 커진 느낌을 줄 만큼 밑창이 높게 쌓여 있습니다. 발을 넣는 순간, 리액트 폼 특유의 폭신한 감촉이 발바닥 전체를 채우는 느낌이 납니다. 밟는 부분뿐 아니라 발 옆과 뒤꿈치 주변까지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강해서, 처음 신는 순간부터 “아, 이건 편안함을 중심에 둔 신발이구나” 하는 인상이 확실하게 전달됩니다.

발목 주변에는 패딩이 충분히 들어 있어서 뒤꿈치가 헐거워 움직이거나, 끈을 세게 조이지 않아도 뒤꿈치가 들리는 느낌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겉부분인 어퍼는 플라이니트라는 니트 재질로 되어 있는데, 양말처럼 유연하면서도 어느 정도 탄탄하게 잡아주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발등과 발 옆 부분을 살짝 눌러서 흔들림을 줄이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달릴 때 느껴지는 쿠셔닝과 착용감

이 신발의 가장 강렬한 특징은 쿠셔닝입니다. 리액트 폼이라는 소재가 중창 전체에 넉넉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 덕분에 발이 땅에 닿을 때 충격이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길을 달릴 때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거친 노면을 달리더라도 발바닥에 직접 전해지는 날카로운 느낌이 줄어들고, 무릎과 발목에 오는 반동이 부드럽게 흡수되는 느낌을 줍니다.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거나, 전날에 강하게 훈련을 하고 나서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조깅을 할 때, 이런 쿠셔닝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다리가 이미 피곤한 상태라면 작은 충격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신발은 그런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줍니다. 그래서 힘든 날보다는 회복하는 날, 빨리 달리기보다는 오래 편하게 뛰는 날에 더 잘 어울립니다.

안정성: 발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구조

인피니티 런 시리즈가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부상 예방을 위한 안정성입니다. 이 모델은 바닥이 전반적으로 넓게 퍼져 있어서, 착지할 때 좌우로 휘청이는 느낌이 적습니다. 중창 양옆이 살짝 위로 올라와 있어 발을 그 안에 담아두는 듯한 구조를 만들고, 그 덕분에 발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러닝을 할 때 일부 사람들은 발이 안쪽으로 과하게 말려 들어가는 과내전이라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 신발은 전통적인 안정형 러닝화처럼 딱딱한 플라스틱 장치로 억지로 막는 방식이 아니라, 리액트 폼 자체와 넓은 바닥 구조로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아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착용했을 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지만, 발 움직임이 인위적으로 막히는 답답함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걸음이 굴러가는 듯한 밑창 형상

밑창은 앞뒤로 부드럽게 말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를 흔히 락커 지오메트리라고 부릅니다. 발뒤꿈치에서 앞쪽으로 체중을 옮길 때, 신발이 마치 바퀴처럼 굴러가는 움직임을 만들어 주어 한 걸음 한 걸음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달려보면, 발뒤꿈치나 중간 부분으로 착지한 후 앞쪽으로 체중이 넘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튕겨 나가는 폭발적인 반발력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고, “툭툭 튄다” 보다는 “스르르 굴러간다”는 표현이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한 전력 질주보다는, 일정한 속도로 편하게 유지하면서 달리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통기성과 어퍼의 느낌

플라이니트 어퍼는 이전 세대보다 조직이 좀 더 세밀해지고, 부분적으로 두께를 조절해 통기성과 지지력을 나누려고 한 흔적이 보입니다. 발등과 앞발가락 위쪽에는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조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쿠션과 패딩이 두툼한 편이라, 아주 얇고 가벼운 레이싱화에 비하면 시원한 느낌은 덜합니다.

특히 한여름 낮에 아스팔트 위를 오래 달리면, 발 안쪽이 약간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수준은 아니지만, 통풍이 최우선인 신발을 찾는다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날씨가 선선하거나 조금 쌀쌀해지는 계절에는 적당히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무게감과 속도에 대한 인상

이 모델은 쿠셔닝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다 보니, 당연히 무게가 아주 가볍지는 않습니다. 발에 신었을 때 “깃털처럼 가볍다”는 인상보다는 “묵직하지만 든든하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천천히 달릴 때는 이 무게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인터벌 훈련이나 스피드 위주의 연습을 할 때는 발이 가볍게 튀어나가는 맛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면을 강하게 밀어내며 속도를 올리면, 일반적인 레이싱화처럼 빠르게 반응해 주기보다는 푹신한 폼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에너지를 살짝 잡아먹는 느낌이 생깁니다. 그래서 전속력 질주나 대회 기록 갱신용 메인 신발로 쓰기보다는, 평소 연습용이나 회복용 러닝화로 활용하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핏, 발볼, 발등 느낌

전체적인 내부 공간은 극도로 좁지도, 아주 넓지도 않은 중간 정도에 가깝습니다. 다만 플라이니트 어퍼가 발을 감싸는 힘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끈을 꽉 조이면 발등이 눌리는 듯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발볼이 넓거나 발등이 높은 사람은 처음 신었을 때 약간 타이트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퍼가 발 모양에 어느 정도 맞춰지기 때문에, 초반의 답답함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발이 지나치게 좁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편하더라도 러닝 중에 살짝 여유가 느껴질 수 있어, 양말 두께나 끈 조절을 통해 미세하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내구성과 밑창 패턴

리액트 폼 중창은 내구성이 꽤 뛰어난 편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사용에서도 쉽게 꺼지거나 심하게 찌그러지는 느낌이 빠르게 오지는 않습니다. 밑창에는 마모가 많이 되는 부분에 고무가 덧대어져 있어, 아스팔트나 트랙을 자주 달려도 한동안은 큰 닳음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밑창 패턴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여러 형태의 홈과 텍스처가 들어가 있습니다. 완전히 젖은 노면이나 비 오는 날의 금속 배수로 위에서는 어느 신발이든 조심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포장도로에서는 접지력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흙길이나 돌이 많은 트레일에서는 이 신발이 전용 트레일화가 아니기 때문에, 지면을 꽉 물어주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와 전체적인 포지션

인피니티 런 3는 보통 나이키 러닝화 중에서도 중상급 가격대에 속하는 모델입니다. 세일 시기를 잘 맞추면 부담이 조금 줄어들기도 하지만, 기본 정가는 가볍게 신고 다니는 일반 운동화보다는 확실히 높은 편입니다. 대신 충격 흡수와 안정성, 안락한 착화감, 오래 신을 수 있는 내구성까지 감안하면, “매일 러닝을 지속적으로 할 사람인가”, “러닝을 하면서 몸 관리를 얼마나 신경 쓰는가”에 따라 투자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울리는 사용 목적과 러너 유형

이 신발이 특히 잘 어울리는 상황과 사람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러닝을 시작했는데 무릎이나 발목이 금방 아파서 걱정되는 사람
  • 예전에 러닝 중 부상 경험이 있어 다시 시작할 때 조심하고 싶은 사람
  • 대회용 레이싱화는 따로 두고, 평소 연습용 신발을 찾는 사람
  • 하루에 5km, 10km 정도를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이 목표인 사람
  • 러닝뿐 아니라 걷기 운동을 자주 하는데,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고 싶은 사람

반대로, 신발 무게가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고, 짧은 거리를 최대한 빠르게 달리며 기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다른 가벼운 모델을 함께 고려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인피니티 런 3는 속도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 쪽에 무게 중심을 둔 신발이기 때문입니다.

신발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발 모양, 체중, 달리는 자세, 러닝 빈도에 따라 같은 신발이라도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런 3는 분명히 부드럽고 안정적인 러닝 경험을 제공하는 신발이지만, 실제로 자신의 발과 러닝 스타일에 맞는지 확인하려면 직접 신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발을 넣어보고 서서 몇 걸음 걸어 본 뒤, 발끝과 발등, 뒤꿈치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차분히 살펴보면 자신에게 맞는지 훨씬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